여러분은 혹시 QA(Quality Assurance)라는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직역하자면 '품질보증'인데요.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에 대한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활동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우리가 즐겨하는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게임 QA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다음은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서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별도의 게임 QA 부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게임 QA, 그것이 알고 싶다! 지금 시작합니다~
오늘 인터뷰는 게임QA팀의 정현봉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게임QA 팀 정현봉님을 소개합니다.
1. 게임 QA에 대해 알고 싶어요.
- 중고등학교 사회 관련 과목 교과서에서 호모 파베르(이른바 도구적 인간) 호모 폴리티쿠스(정치적 인간) 같은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그밖에도 호모 로쿠엔스 호모 OOOO~~ 같은 유사한 표현들이 있는데요, 인간에 대한 특성을 학술적 냄새가 폴폴 나는 단어로 다양하게 정의했던 점, 기억들 하실겁니다.
이중에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놀이와 인간"(Les jeux et les hommes)이라는 책에서 인간을 ‘호모 루덴스’라고 정의하고 있는데요, 이 책에서는 이른바 '유희적 인간', 즉 놀이를 통한 유희가 인간 자존감을 유지시켜 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게임은 이러한 인간의 놀이 본능때문에 존재하고,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훌륭한 게임들이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죠.(너무 거창했나요?^^)
우리는 게임이라는 '제품'이 당연히 가져야 하는 게임으로서의 기본적인 기능, 예를 들어 캐릭터의 완성도나 그래픽 퀄리티 등은 물론, 지속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즐거움을 검증해야 합니다. 아무리 완성도 높은 게임이더라도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이 하지 않겠죠? 게임 QA 부서에서는 바로 그런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전 또는 지폐의 금액을 판단해 사용자가 원하는 음료를 정확하게 제공해야 하는 자판기와 스마트폰 또는 PC에서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의 QA는 본질적으로 다를겁니다. 자판기가 재미있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마찬가지로 게임에서 지폐의 위조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듯이 말이죠.
게임QA는 ‘재미’라는 정성적인 지표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통찰에 대한 전문성이 요구 됩니다.
2. QA의 달인(?)은 어떤 모습인가요?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우선 제품을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하겠죠? 그리고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결함들을 쉽게 예측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문제 발생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도록 Well Managing 하는 것이 QA달인의 필수 요건이라고 생각됩니다.
덧붙이자면 정확하면서도 빠른 상황 판단 능력도 중요할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4가지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프로젝트 구성원으로서 팀원들을 향한 ‘배려’입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팀을 꾸려 업무를 진행하는데요, 팀워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려가 아닐까요.
두 번째는 본인의 업무 진행상황이나 유용한 정보/스킬 들에 대한 ‘공유’일겁니다. 앞서 말씀 드렸던 팀워크를 위해 정말 중요한 것은 공유의 마인드라고 생각해요.
세 번째는 수평적인 의사결정을 통한 ‘평등’한 업무 진행이 중요하겠죠. 마지막으로는 어떠한 상황이던 유관부서와의 관계나 스스로의 평가에 있어 ‘겸손’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 모든 것을 다 갖추었다면 QA 업무 담당자로서는 더할나위 없는 QA의 달인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
3. 현봉님과 게임 QA팀은 무엇을 꿈꾸고 있나요?
흔히 사람들이 지향하는 파라다이스의 모습은 사람들을 구속하거나 잘못한 사람에 대해 합당한 벌을 주기 위한 기준인 '법'이 필요가 없을겁니다. 나쁜 짓을 하지 않아도 모두가 행복할테니까요.
저는 궁극적으로 게임 QA팀이 필요 없는 게임그룹을 꿈꿉니다. 저희가 할 일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게임이 문제없이 실행되고, 재미를 저해하는 요소들이 충분히 격리되어 즐거움만이 넘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저희 팀은 필요 없게 되겠죠.
(그렇게만 된다면 저희는 모두 기꺼이 프랜차이즈 창업자가 되겠습니다^^)
4. 어떤 즐거움이 게임QA일을 계속 하게 만드나요?
즐기며 살기에도 인생은 짧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워졌죠? 적어도 일에 있어서는 재미를 추구하고 싶었습니다.
하나의 게임이 다른 유관 부서의 도움을 받고, 또 QA를 통해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점 자체가 저에겐 즐거움이죠. 제가 속한 부서의 노력이 결국 게임 사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니까요.
어떻게 보면 업무도 일종의 게임과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QA업무 속에서 새로운 퀘스트(=업무)와 던전 몬스터(=극복해야 할 과제)에 끊임 없이 도전하는 즐거움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5.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QA 를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요?
본인만을 생각하는 관점, 그러니까 이기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라면 아무래도 게임 QA를 업무를 수행하기가 어려울겁니다. 나의 관점이 아닌 게임 사용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어야 게임의 개선점이 보일거니까요.
다른 업무도 마찬가지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일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겠죠. 또한 즐겁고 재미있게 일하되 문제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할겁니다.
그리고 인력과 비용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업무 처리에 있어 꾸준함과 꼼꼼함, 그리고 유관부서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6. 게임을 함께 만들면서 느껴지는 보람이나 행복이 있으신가요?
정말 QA가 잘된 게임은 막상 오픈 후에는 수능 끝난 고3처럼 허전하답니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노력을 하더라도 이점을 사용자들이 알아주기는 힘들거든요.
게임 홈페이지나 팬사이트를 방문해보면 게임의 완성도나 그래픽 등 게임 자체에 대한 칭찬은 있어도 ‘이거 참 QA가 잘된 게임이구만!’ ‘정말 궁극의 QA를 거친 게임이 나타났다!’라는 반응은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네 맞습니다. 사람들이 우리 QA팀의 노력을 알아만 준다면, 보람에 가득찬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겠지요.
실제 느껴지는 행복감은 조직 내부에서 모두 게임 QA의 중요성을 인정해주고 지원을 아끼시지 않으는 것에 있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결코 의미없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주변에서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과, 또 QA 팀원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게임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느낄때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